유엔총회 방문 중에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밤(한국시간) 미국 뉴욕 현지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참석 후 회의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국내외에 동영상이 전해지며 ‘바이든이 쪽팔려서’라고 보도된 대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들’은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거대야당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고 했다. 비속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발언은 의혹투성이다. 김 홍보수석 해명부터 늑장이었다. 발언 동영상이 국내에서 공개된 지 10여 시간이 지난 23일 아침(현지시간) 캐나다 순방에 나서기 직전에 나온 것이다. 그 후 발언 현장에 있었던 박진 외교부 장관도 “미국과는 상관없는 발언”이라고 외교부 기자단에 알렸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에서 대통령의 비속어 공방이 커질 때도 “사적 발언” “지나가며 한 말씀”이라며 파문 수습에 주력했다. 하려면 그때 즉시 대통령까지 발언 내용·경위를 확인했어야 한다. 해외 언론들까지 바이든을 지칭한 것으로 보도한 한참 뒤에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추가로 내놓은 자료는 없고, 영상·음성 분석에 전문성 있는 지상파 3사·종편의 ‘바이든’ 보도는 이어지고, 뒤늦게 동영상 시청자만 갑론을박하는 혼돈 속에 있다.
대통령실 해명대로 ‘거대 야당’을 거론한 것이라 해도 문제는 결코 작지 않다. 국정의 협치 상대인 169석 야당에 불신과 적대감을 표출한 비속어를 쓰고, 대통령이 직접 여야 긴장만 키운 격이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기부에)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며 쓴 페이스북 글에도 야당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고, 김 수석도 대통령 비속어 논란엔 “거친 표현에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있다”고만 했다. 대통령 스스로 ‘국회 존중’ 약속을 식언으로 만드는 부적절한 대응이다.
공무 수행 중에 나온 대통령의 말은 ‘사적 발언’일 수 없다. 국민들이 받았을 상처와 낙담도 가볍지 않다. 대통령실은 발언의 진위 규명에 보다 책임있게 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언행의 품격을 다시 새기고, 부적절한 발언은 깨끗이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