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폭락에 45만t 사들이는 정부, 구조적 대책 고민해야

최근 급락세인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45만t의 쌀을 사들여 시장 격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수확기 시장 격리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총 1조원을 투입해 시장 격리 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은 쌀값이 1년 사이 25%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수매 물량과 별개로 정부가 확보한 공공비축미 45만t까지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에 총 90만t의 쌀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90만t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가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농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기대한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여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까지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4.9%가 하락한 것인데, 이는 197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한다.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는데 유독 쌀값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농민들이 시위에 나서고,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8개 지역 도지사들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대규모 시장 격리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장 격리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단기 처방일 따름이다. 쌀 산업의 위기가 심화되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 근본적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한다. 국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쌀 소비량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 비해, 생산량은 그만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감소 추세에 맞춰 재배 면적도 줄여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농가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쌀값 정상화법)을 추진하고 있다.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정부에서는 공급 과잉과 재정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식량주권·식량안보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나, 농업예산의 효율적 사용도 중요하다. 정부와 여야는 무조건 반대하거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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