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과도한 MBC·언론 보도 비판, 즉각 멈춰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28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를 항의방문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28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를 항의방문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MBC 등 언론의 왜곡·선동 보도 탓으로 몰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MBC 본사를 항의 방문해 박성제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또 29일 MBC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며 박 사장 등 MBC 관계자 4명을 고발 대상으로 지목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MBC에 공문을 보내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썼다고 보도한 경위를 묻는 6개 항목의 질문에 답변을 요구했다. 여권 전체가 나서 MBC가 야당과 유착해 윤 대통령 발언을 왜곡했다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편법에 매달리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 앞에서 이번 보도를 ‘제2의 광우병 사태’라며 “민영화를 통해서 MBC를 우리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은 억지 주장이자, 언론사에 대한 저급한 협박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기자가) 민주당 관계자에게 (영상을) 전달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특정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영상을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이나 MBC 측의 보도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된다. 영상에 문제가 될 내용이 포함된 것을 인지하고 보도 유예(엠바고)를 먼저 요청한 것은 대통령실이다. 그리고 MBC 영상기자에 의해 대표 취재된 영상이 언론사들 사이에 공유되고, 이것이 외부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특별한 유착 관계가 없어도 당연히 야당이 입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인 보도 관행에서 벗어난 게 없다. 이런 정도의 사안을 두고 정언유착으로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왜곡이자 명백한 언론 탄압이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일을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점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전날 보낸 공문에서 “사실 확인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해석하기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발언 취지와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등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해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통상 절차를 무시했다. 최고권력기구라는 지위를 이용해 언론사를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는 자유에 ‘언론의 자유’는 없는 것인가.

여권이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편법으로 비속어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하니 답답하다. 민주당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비상식적 대응으로는 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논란을 멈춰야 한다. MBC에 대한 공격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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