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커진 주식 폭락·환율 폭등세, 당국 안이한 것 아닌가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점을 돌파하고, 증시는 저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28일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18.4원 급등한 1439.9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102.3원 올랐다. 지난해 평균 환율(1144원)에 비해서는 300원 가까이 상승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해 달러화로 3만5373달러, 원화로 4048만2000원이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한다면 1인당 GNI는 3112만원으로 쪼그라들 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코스피는 54.57포인트(2.45%) 폭락한 2169.29에 머물렀다. 22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년2개월 만이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투자가가 한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18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누적 순매도액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1948조원이었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1709조원으로 240조원가량 감소했다. 개인투자자가 1400만명이고, 시총 비중을 4분의 1가량으로 본다면 1인당 평균 430만여원 평가손실을 본 셈이다.

고물가도 버티기 어려운데 환율 폭등과 주식 폭락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또다시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한 위기 상황임에도 정부의 인식과 대처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환율이 1300원대로 오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다른 통화와 비슷한 흐름이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1400원대로 급등한 뒤에야 허둥지둥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추 부총리는 미국의 발빠른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도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지 말라고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위기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고, 국민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환율은 치솟고 증시는 추락하는데 물가마저 불안한 지금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로 추정되고, 반도체 산업은 침체 징후가 뚜렷하다.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가 심각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비상시스템을 가동하고, 총력을 기울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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