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욱 전 장관 석방, 검찰은 무리한 구속수사 성찰해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기밀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8일 석방됐다. 구속 17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는 서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청구에 대해 보증금 1억원을 납입하는 등의 조건으로 인용 결정했다. 구속적부심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 필요성과 적법 여부를 다시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구속으로 ‘문재인 청와대’를 향해 속도를 내던 검찰의 서해 사건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서 전 장관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사건 관련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2일 김상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결정을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뒤집은 셈이다. 서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발부는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검찰이 디지털 증거를 포함해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퇴직한 민간인 신분이라 국방부 등 내부망에 접속할 권한이 없으며, 주거도 명확하다는 점에서 구속수사 필요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서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면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들에 대해 검찰이 섣불리 강제수사에 나서기는 어렵게 됐다. 서 전 장관의 기소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함께 구속된 후 부친상으로 일시 석방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재수감되는 10일 이후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한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충격적 사건이다.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 정권 인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해당 인사들은 표적수사·꿰맞추기식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터다. 검찰이 보다 신중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 이유다. 특히 법원이 서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받아들인 점을 각별히 새길 필요가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영장 청구하는 식의 수사관행은 청산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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