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서 정보계장 사망, ‘꼬리 자르기’식 수사와 무관한가읽음

11일 해외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1일 해외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의혹으로 입건된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A씨가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A씨는 참사 발생 이후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경찰 부실대응 의혹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없애려 했다는 혐의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중하위직 조사에 집중해온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A씨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A씨의 사망 경위는 한 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정보를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질타했다. 이후 특수본은 경찰·소방 실무진을 상대로 먼지털기식 수사를 벌였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했던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은 입건되고,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은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반면 가장 윗선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은 멀쩡하다.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압수수색 한 번 받지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직무배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죽음은 경찰 ‘셀프 수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토끼 머리띠’ ‘각시탈’이나 쫓아다니는 수사로는 진상을 파헤칠 수 없다. 현실적 대안은 국회 국정조사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지난 10일 국조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24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윤 대통령 눈치만 보며 국정조사를 거부해선 안 된다.

윤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방송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11일 순방길에 나선 윤 대통령은 공항에 환송 나온 이상민 장관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며 격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수석비서관 간담회에선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법적 책임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보상받을 권리를 확보해드려야 한다”고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여전히 ‘법적 책임’만 강조하는 모습이 보기 민망하다. 언제까지 민심에 역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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