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용기 탑승 배제 이어 정상회담 취재까지 제한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의료원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아동의 치료 문제를 논의한 뒤 선물받은 십자가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의료원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아동의 치료 문제를 논의한 뒤 선물받은 십자가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한·중 정상회담과 함께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회담장에는 ‘풀(대표)기자’가 입장해 모두발언 등을 취재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그런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한·일 정상회담 현장에는 순방에 동행한 기자단 중 단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대통령실에서 두 회담을 ‘전속 취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속 취재란 대통령실 관계자가 회담장에 들어가 관련 내용을 요약해 발언과 영상·사진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MBC 기자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한 데 이어, 이번엔 동행 기자단 전원에게 ‘취재 제한’을 가한 셈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회담이 끝난 후에도 서면 보도자료만 배포했을 뿐,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생략했다. 이번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비공개로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질의응답을 생략한 데 대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의 이동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발리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 결과 등에 대해 13분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에겐 13분의 여유조차 없었던 건가. 그랬을 리 만무하다. 민항기도 아닌 전용기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추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다. 이례적 취재 제한 조치는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시 빚어진 ‘비속어 논란’ 같은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부인 김건희 여사도 순방 기자단의 풀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2~13일 캄보디아 정부가 주최하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불참하고, 개별 일정을 진행했다. 프놈펜의 헤브론의료원을 찾아 심장질환을 앓는 어린이의 회복 문제를 논의했는데, 모든 일정에 대통령실 전속 촬영 담당자만 동행했다. 기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야 서면브리핑 형태로 활동 내용과 ‘취사선택’된 사진자료를 제공받았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행사·순방 등에 민간인 지인을 동행시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통령 배우자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요구가 비등함에도 여전히 오불관언이다.

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정례화한 것은 전 정권과 차별화하려는 허세에 불과했나.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들으라는 게 대통령의 언론관인가.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국 정권에도 이롭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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