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중등 교육재정 줄여 대학지원, 정부 일방 결정 안 된다읽음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15일 합동으로 대학교육 재정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초·중등교육에 사용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 개편 주장은 전임 정부에서도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1971년에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국가 발전의 동력인 교육 재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내국세의 20.79%를 배정하도록 설계됐다. 국가가 걷는 세금이 늘어나면 시·도교육청 예산도 자동 증가하는 구조다.

정부안은 한마디로 저출생으로 학령 인구가 줄고 있으니 초·중등교육 예산 가운데 3조원을 떼서 대학교육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근래 들어 초·중등교육 예산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3년 657만명에서 올해 532만명으로 20% 가까이 줄었지만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625만원에서 1528만원으로 같은 기간 2배 넘게 뛰었다. 외국과 비교해도 2019년 기준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52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722달러)보다 많다. 반면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인당 1만1287달러로, OECD 38개국 중 30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비율도 0.6%로 OECD 평균(0.9%)보다 낮다.

인구 팽창기에 도입한 정책과 제도를 사회 변화에 맞게 수정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학생 수는 줄지만 학교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건물이 노후화한 초·중·고교가 전국적으로 3000곳이 넘는다. 학령 인구 감소를 불러온 저출생도 공교육 부실이 원인이다. 한국만큼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과정에서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나라는 없다. 정책 대상 인구가 줄었으니 예산을 삭감하자는 논리도 문제가 있다. 같은 논리라면 지방 인구가 줄고 있으니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줄이고, 군인 수가 줄고 있으니 국방 예산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올 정기 국회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변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 예산 배분은 국가의 백년대계와 연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교육 외 분야 투자를 줄여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는 대학교육 투자에 인색했던 점을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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