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 진정한 추모 아니다읽음

신생 인터넷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가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담은 포스터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두 매체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명단 공개는 유족 동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추모와 애도는 공감과 연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족들의 슬픔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명단 공개는 애도가 아니라 폭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중앙·지방 정부 관계자 및 여권 인사들이 사과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한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일방적으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유발한다. 우선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반드시 알아야만 깊이 애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5일 “명단 공개는 참사 희생자 유족 동의가 없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그 목적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심각한 보도윤리 위반”이라며 두 매체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명단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두 매체는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는 등 여권의 정치공학적 접근을 비판했지만, 명단 공개와 별도로 대응하는 게 옳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국민의힘의 대응이다.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를 ‘패륜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명단 공개의 배후에 더불어민주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심보다 윤석열 대통령 심기를 살피고, 해임됐어야 마땅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지키는 데 급급해왔다. 참사 원인 규명과 수습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특정 매체의 잘못을 빌미 삼아 공세를 펴다니 참으로저열하다. 집권 여당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조차 없는 태도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부끄러운 줄 안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국정조사에 협력해야 한다.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과 사과 처벌,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그 누구도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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