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은혜 재산 누락 ‘무혐의’경찰, 수사독립 가능한가

경찰이 6·1 지방선거 당시 재산 축소 신고 의혹과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고발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수석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재산신고를 하면서 배우자 소유 건물 가격을 15억원가량 축소하고, 보유 증권 1억원가량을 누락했다. 또 배우자 재산 가운데 서울 논현동 연립주택을 공시가격보다 1억여원 낮춰 신고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경찰은 김 수석이 사실과 다르게 재산신고를 했지만 고의성은 없다고 봤다. 실무자의 잘못이거나 단순 실수, 배우자의 재산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김 수석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김 수석이 국회의원 시절에 이미 같은 내용의 재산신고를 3번이나 했고, 그 당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도 무혐의 근거로 들었다.

공직 후보자의 허위 재산신고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축소·누락한 금액도 한두 푼이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에 이미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3차례나 재산이 등록됐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그것까지 범죄 혐의에 포함시켜 조사하는 게 상식 아닌가.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수사 대상이 야당 인사인 경우에도 경찰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댔겠느냐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대통령실 인사 개편을 하며 홍보수석에 그를 앉혔다. 김 수석이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윤 대통령은 그를 비호했다. 윤 대통령이 ‘김 수석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암묵적으로 내리고, 경찰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앞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무혐의·불송치 결정한 바 있다. 허위경력으로 대학의 교원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김 여사가 대학을 속여 월급을 챙겼다는 혐의는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경찰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 입시 의혹을 제기한 여당 의원들이나 ‘이재명 소시오패스’ 발언을 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부부에게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을 겨누지 못하고 용산경찰서 등 하부기관이나 하위직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부여된 수사 권한을 과연 독립적으로 엄정하게 행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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