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고병원성 AI 확산세, 방역 강화로 조기 차단을

예년보다 이르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17일 경북 예천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1형)가 처음 발생한 이후 18일까지 전국에서 확진 사례 18건이 보고됐다. 올해 가금농장의 첫 발생일은 2003년 이후 가장 빨랐다. 첫 발생 후 한 달간 발생건수도 지난해(10건)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발생지역은 충북이 전체의 절반이지만 경기, 경북, 강원, 전남, 전북, 충남 등으로 광범위해 사실상 전국으로 퍼졌다.

고병원성 AI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북중미, 아프리카 41개국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유럽은 올해 들어 가금류 5000만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사상 최악의 AI에 시달리는 영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가금류를 실내에서 사육하도록 했다. 계란 품귀 탓에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계란 판매를 고객당 2~3상자로 제한했다. 미국에서도 AI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오는 24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칠면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내 닭고기와 계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 18일 기준 육계(1㎏) 도매가격은 3819원으로 한 달 전 대비 400원(11.7%) 올랐다. 1년 전에 비하면 35.6% 급등했다. 계란(특란 30구 한 판) 도매가격은 5524원으로 한 달 새 4.4%, 1년 만에 11.8% 뛰었다. 육계와 계란 소매가격은 최근 소폭 오름세지만, 고병원성 AI가 더 확산하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계란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이미 많이 상승한 빵과 과자 가격을 더 끌어올려 물가불안마저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고병원성 AI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이른 발생과 빠른 확산 등 올해 여건은 더 좋지 않다. 환경부가 발표한 ‘겨울철 조류 전국 동시 총조사’ 결과를 보면 AI 전파 가능성이 높은 오리·기러기·고니 등 오릿과 겨울철새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만마리(18%) 늘었다. 제대로 막지 못하면 2016~2017년과 2020~2021년 ‘AI 사태’ 때처럼 닭과 오리 수천만마리를 살처분하는 불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 판 1만원에 육박하는 ‘계란 파동’도 불가피하다. 가금농가와 방역당국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방역에 힘쓸 때만 확산세를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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