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했다고 야당 의원 고발한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22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장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질환 아동을 위로 방문했을 때 사진촬영용 조명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이 ‘최소 2~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허위발언을 했고,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이 ‘인터넷 게시판 출처불명 허위 글’을 토대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조명이 없었다는 설명 뒤에도 허위사실을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외신과 사진전문가의 분석을 의혹 제기의 근거로 들었으나, 실제 출처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로 드러났다.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장 최고위원이 비판받을 대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한다면 정치적 해법을 추가로 모색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에 현직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최고위원을 고발하는 것은 대통령실이 정치를 포기했다는 징표일 뿐이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 방문 당시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불참하고, 심장질환 아동과 관련된 개별 일정을 진행했다. 동행 기자단 취재를 불허하고, 대신 대통령실 전속 촬영 담당자가 찍은 사진자료를 배포했다. 개별 일정을 누가 기획하고 동행했는지 등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명 사용 여부 같은 지엽적 사안이 논란이 된 데는 김 여사 행보의 불투명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 방식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에서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한 MBC 기자에 대한 살해 협박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신변보호에 착수한 것은 윤석열 시대의 상징적 장면이라 할 만하다. 권력자가 불편한 언론사나 기자를 ‘악의적’이라 지목하는 일은 해당 언론사·기자에 대한 공격을 촉발하고 전체 언론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대통령실은 장 의원을 고발하며 “국익을 침해해 묵과하기 어렵다”고 했다. 묻고 싶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윤 대통령이 야당·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듯한 행태야말로 국익 훼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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