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간접 살인” 유족 절규, 국조·책임자 처벌로 답해야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녀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녀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2일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사망일시 추정, 사인 미상’이라고 적힌 아들의 사망 진단서를 들어 보이며 “아들이 죽은 원인을 이제는 알아야겠다”며 흐느꼈다.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우리 딸을 대신해 절규해 본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이제 국가가 답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희생자 김인홍씨의 어머니는 “지난 15일에야 아들을 데리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이) 외국인이다 보니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서류 해결에만 6일이 걸렸다”고 했다. 희생자와 가족들의 아픔에 무신경한 당국의 대응에 분노한다.

유족들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성명에서 “정부는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지방자치단체·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는 시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번 참사는 정부와 당국자들의 총체적 무능과 무사안일이 빚은 ‘간접 살인’이다. 시민들은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112신고를 11건이나 했지만 경찰 등 당국은 묵살했다.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도 15분이 지나서야 소방 구급차 진입로가 열렸다. 윤 대통령이 첫 지시를 내릴 때까지 경찰 수뇌부는 상황 자체를 몰랐고, 경찰과 소방을 관장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태껏 당일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참사 직후 대통령실은 “요청이 없으면 경찰은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했고, 이 장관은 “경찰을 미리 배치했어도 힘들었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읍참마속’ 운운하며 용산경찰서장 등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슬픔에 빠져 있던 유족들이 참사 24일 만에 나섰다. 이젠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때다. 그런데 정부는 진정한 추도보다 희생자들의 배·보상을 앞서 거론하고 있다. 유족들은 돈이 아니라 참사의 진상 및 책임을 규명하는 주체가 되기를 원한다. 정부는 진상 규명에 유족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회도 국정조사에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참사의 진실 규명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그 출발점이 윤 대통령의 사과와 이 장관 및 윤 청장 해임임은 물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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