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평성 잃은 검찰·민주당의 검사 공개, 모두 선 넘지 마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서 검사 16명의 실명·직함·사진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당 홍보국이 지역위원회에 보낸 웹자보 속 16명은 이 대표 수사 검사 60명과 문재인 정부 수사 검사 90명 중에 수뇌부·핵심인사 급이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국민의힘은 “공직자들을 좌표 찍고 조리돌림시키려는 선동” “수사방해”라고 공박했고, 민주당은 “(야당 탄압의) 어두운 역사는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국민도 알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1년을 훌쩍 넘긴 검찰·야권의 수사 갈등이 검사 명단 공개라는 극단적 정쟁으로 비화했다. 양쪽 모두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정도가 아니다. 이미 공표된 검사들을 모았다고 했지만, 야당 대표와 전 정부 수사 검사들을 하나로 다 묶어 ‘야당 탄압’ 굴레를 씌우는 것은 과도하다. 원칙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수사는 정치·여론의 외풍·압력에서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공인이라도 개인정보·초상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수사 검사의 평가·책임은 기소 단계에서 시작되고 재판에서 가려진다. 검찰 사무·인권보호 규칙을 어기는 구체적 일탈행위를 문제 삼고, 정치적 책임 추궁은 법무장관·검찰총장을 상대로 하는 게 맞다.

검찰도 왜 정치 공방에 소환되는지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수사는 단서와 혐의를 좇다 확장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공수사 1·2·3부가 모두 이 대표·야권 수사에 투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피의사실 공표를 의심받는 수사 방식도 도마에 올랐고, 지휘부 상당수가 ‘윤석열 사단’인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치적 시비는 형평성에서 비롯된다. 얼마 전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윤 대통령 장모가 “권오수 회장과 통화해보니 빨리 팔라고 했다”고 한 녹취록이 새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 모녀가 권 회장과 회사 정보를 공유하며 통정거래까지 한 정황이 여럿 나왔지만, 검찰 수사는 소환조사 한번 없이 지체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이 지켜온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마저 잃은 셈이다.

여야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다투는 정쟁을 멈춰야 한다. 검찰의 야당 수사는 정치적 민감성을 직시해 물증에 따라 성역 없이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필요하다면 검사 150명 모두 알리겠다”는 엄포를 멈춰야 한다. 이 대표는 “검찰과 조사 날짜·방식을 협의하겠다”는 공언대로 당당히 수사에 임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국민과도 제때 진솔하게 소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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