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기에 “전쟁 준비” 언급한 윤 대통령, 파장은 생각 않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두고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엄정 대응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강경 대응 원칙과 별개로 시민 안전을 책임지고 안심시켜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우발 충돌을 최우선으로 막아야 할 대통령이 직접 ‘전쟁 준비’ 운운하는 것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 군 통수권자로서 발언 파장을 신중히 고려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언행이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상대에게 핵이 있든,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전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선 “우리는 (무인기) 2대, 3대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원점 타격도 준비하며 확전의 위험을 각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압도적 무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점 타격, 전쟁 준비, 확전 위험 감수 등 전에 없는 강경 발언은 북한의 2차, 3차 무력도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하다. 대통령실은 “국민을 지키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이런 발언은 오히려 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런 강경 발언이 사후약방문 격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인근까지 침범했지만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물론 관저에서 만찬 행사까지 열었다. 대통령실은 “NSC를 열 상황이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NSC를 주재하는 등 대응 태세를 갖추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NSC를 열 필요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왜 군의 대응을 질타하고 뒤늦게 전쟁 준비 운운하는가.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의 대통령으로서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일부러 강하게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말로만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정부와 군을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안보를 튼튼히 하고, 통수권자로서 안정적으로 군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북한이 하나 보내면 우리는 둘 보낸다는 식의 발언은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노 실린 발언과 거친 대응은 군 등에 맡기고, 대통령은 냉철한 자세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윤 대통령은 군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군 통수권자이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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