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 신년회에서까지 ‘노조 개혁’ 운운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경제계 인사회에 참석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이후 7년 만이다.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 6단체장이 자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10대 기업 회장들도 함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료들도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야 한다”며 기업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날 신년사에 이어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시작으로 노동개혁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이재용 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풀어줬다. 재벌·대기업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이날부터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가 기존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감독하는 재벌 인사가 1만명에서 5000여명으로 줄었다. 장혜영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지난해 말 법인세 인하로 기업 세금이 올해부터 5년간 13조7000억원 줄어든다.

노동계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이다. 취임 후 지금껏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은 만나지 않았다. 노사관계, 노동시장, 노동안전 등에서 노동계의 뜻과 반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통상 경제계 인사회에는 노동계 인사들도 초청되지만 이날은 참석이 제한됐다고 한다. 이러니 ‘경제 검찰’ 격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조를 잡겠다고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대기업의 독점 등을 규율하는 법률인 공정거래법을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하는 일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는 헛된 꿈이라는 게 드러났다. 도리어 불평등과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편향된 시각을 접고 진단과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약자이다. 노동자들을 보듬는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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