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연간 매출 300조원’ 기록을 세우고도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년 잠정 실적을 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01조7000억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43조3000억원에 그쳤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어닝쇼크’(실적 충격)는 더 심각하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69%나 쪼그라들며 시장의 보수적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은 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품은 팔리지 않으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전 부문의 고전 탓이지만, 결정적 문제는 반도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공급망 교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가 수요 증가 및 달러 강세 덕에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 세계 고금리 기조 속에 경기침체 및 소비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고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가동률도 하락 추세다. 2023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감산과 더불어 투자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 깊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 규모는 사상 최고치였으나,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규모도 기존 최대 기록인 1996년의 2.3배에 달한다. 새해 수출 여건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는 경기침체를 무릅쓰고라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전 세계 3분의 1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출비용이 늘고 수출이 감소하면 기업 투자는 줄고 고용도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미·중 갈등 와중에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정교하고 세밀한 수출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는 중동·중남미·아세안 신흥 시장을 확보하고, 수출 품목 다변화를 위한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