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만배와 언론인의 참담한 돈거래, 진상 밝혀야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언론인들과 거액의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머니투데이 법조팀 기자로 근무할 당시 일로, 한겨레 기자는 2019~2020년 아파트 분양금 등 명목으로 6억원을, 한국일보 기자는 2020년 1억원을 김씨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기자는 2018년 김씨에게 8000만원을 줬고, 이듬해 9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세 사람 모두 김씨와의 돈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여 또는 차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대상, 금액의 크기, 전달된 시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사인 간 돈거래로만 보이지 않는 점이 있다. 더구나 검찰이 확보한 2020년 3월24일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씨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 등 말을 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가 언론인들을 로비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렇게 실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100만원씩 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김씨에 대한 재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언론인들과의 금전 거래 경위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한다.

이들은 해당 언론사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보도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언론은 검찰 수사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는지를 보도해야 함에도, 김씨와 관련된 부정한 일을 축소하거나 침묵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당 언론사는 지난 6일 이 일이 알려지자 서둘러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한겨레는 홈페이지와 신문에 사과문을 실었다. 언론사와 기자에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은 참담하다. 이번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언론계 전체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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