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도 잘 모르는 대통령실 공직감찰 기능 강화읽음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의 공직감찰팀 신설 방침과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이 왜 그런 조직 (신설) 결정을 했느냐는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제 예측으로는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으니 (감찰 기능을) 늘릴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총리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대통령실에서 검증·조사를 진행한다는 이원화 방안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이런 총리조차 대통령실의 공직감찰 조직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모른다니 난감하고 민망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공직기강비서관 산하에 공직자 비위를 검증하는 공직감찰팀 신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공직감찰팀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버작전사령부 정보체계단 건물 일부를 비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와 북한 무인기에 대한 군의 대응 등을 보면 공직자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직기강 시스템 보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일의 선후가 틀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실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를 캐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민정수석실을 없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한 언급이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대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어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을 맡도록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대통령실에 공직감찰팀을 설치하겠다고 한다. 결국 민정수석실이 하던 기능을 여기저기 되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의 민정수석실 부활’이란 비판을 피하려고 총리실과의 역할 분담 구상을 흘렸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음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공직감찰 기능 강화가 필요한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진정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 주변 관리 시스템부터 정비하는 게 옳다.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가 공석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특별감찰관 부활을 약속했지만, 취임 8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추천 권한을 가진 국회에만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방침을 재확인하고, 공식적으로 국회에 추천 요청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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