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원생 연구자 ‘노동자성’ 인정, 늦었지만 당연하다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을 ‘노동자’로 인정한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말 학생연구원 신분인 대학원생 A씨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계약 연장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이들의 권리가 뒤늦게라도 인정된 것은 다행이다.

A씨 측에 따르면,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한 뒤 KISTI의 학생연구원으로 일했다. 1년 단위 계약을 세 번 연장하며 3년간 일하고 이후 병역특례복무로 근무를 계속했다. 그런데 병역특례복무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도교수가 연구실적과 근무태도를 문제 삼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A씨가 현역 복무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도교수는 지난해 1월 지도 중단을 통보했다. 6개월간 새 지도교수를 구하지 못한 A씨는 결국 해고됐다. 지노위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A씨가 그동안 근태불량이나 연구실적 미비 등 지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당한 적이 없고,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KISTI 측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A씨는 근로계약을 체결해 노동자성을 비교적 수월하게 인정받은 경우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연구원은 근로계약 없이 일하고 있어 보호받기 어렵다.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별개로, 임금 또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기업화한 대학이 필요인력을 ‘을’인 대학원생으로 값싸게 충당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 일각에서는 학업과 노동의 경계가 불분명해 노동자로만 처우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성희롱·성폭력과 인권 침해, 부적절한 업무 지시를 비롯한 각종 부조리의 뿌리는 교수와 학생의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비롯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학생연구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대학원 지원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갑질’과 저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연구현장이라면 우수한 연구자를 길러내기도, 국가경쟁력을 높이기도 난망이다. 연구원이나 조교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은 모두 근로계약을 맺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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