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압색 국정원, 그래도 대공수사 이전 역행 안 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민주노총 간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민주노총 간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와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동시다발로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엔 민주노총 인사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고, 일부 영장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가 적혔다고 한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파업·집회가 아닌 공안사건으로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유튜브로 압수수색을 생중계하며 “노조 활동에 색깔 덧씌우기” “공안통치 부활”이라고 반발했다. 공안당국의 노동계 수사는 억측·오해나 조작 시비가 없도록 법과 증거에 따라 침소봉대 없이 이뤄져야 한다.

새해 들어 국정원의 공안 수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통상적으로 검거·기소·재판 단계에서 알려진 국정원의 대공·방첩 수사가 첩보·증거 수집 때부터 공개되는 일이 잦아졌다. 제주·창원 등지의 ‘지하 간첩단 조직’ 수사 속보가 보수언론에서 줄 잇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사람이 북한에 난수표(암호문)를 보냈다고 내사 중인 일도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3·8 전대 당권 주자들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다보니 국정원의 방첩 수사 노출과 대공수사권 쟁점화가 하나로 묶여 있다는 야당·시민단체의 의구심도 같이 커지고 있다.

대공수사권은 2020년 12월 국정원법을 고쳐 내년부터 경찰에 넘어간다. 국정원은 국내외에서 대공·방첩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는 경찰 안보수사국이 맡도록 했다. 국내 정보담당관(IO) 폐지, 국회 정보위 통제 강화에 이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는 3대 개혁 조치로 대공수사권도 이관된 것이다. 서류 위조·감금·고문으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공안검찰의 과오를 바로잡는 의미도 컸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당시 지지 여론도 높고 국정원도 동의했다. 원활한 수사권 이관을 위해 3년 유예기간을 뒀고, 정부 내 협의체에서 경찰의 수사 인력·노하우·장비를 보강해왔다. 그러다가 내년 이관을 1년 앞둔 정초부터 ‘대공수사권을 원위치하자’는 국정원과 여권의 합창이 시작됐다.

권력기관 개혁은 상호 견제와 투명성,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대공수사권 이관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이 정보 수집·수사를 독점해 얻는 효율성보다 정치 개입과 인권을 유린한 폐해도 컸기에 경찰과 역할을 분담시킨 것이다. 올해까지 이관 작업을 마치는 것은 정부 몫으로 남았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민과 약속한 대의와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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