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현의 ‘여성 민방위 훈련’, 이대남 표퓰리즘 아닌가읽음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설연휴(22~24일) 내내 여성 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위해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만 20~40세 남성이 받는 민방위 훈련을 여성으로 확대해 심폐소생술과 산재·화생방 대비, 교통·소방 안전 교육 등을 이수토록 하자고 했다. 30여년 전 없어진 교련 교육을 성인 여성에 부활하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여당의 전당대회 무대에서 2040 남녀를 갈라치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이 등장했다.

여성 군사기본훈련은 김 의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제기했다. 여성도 전시·재난 대처법을 익히고 유사시 총기도 다룰 수 있는 기본군사교육을 의무화하자고 했다. 궁극적으론 남성 징집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맞춰 ‘남녀 모두의 군’을 만들자고 했다. 당시 ‘여성 예비군’ 얘기로까지 번졌던 논쟁이 여성계·야당 반발에 잦아들었다가 3개월 만에 재연된 꼴이다. 김 의원은 민방위법 개정안을 ‘여성 군사기본교육 도입을 위한 1호 법안’ ‘양성평등 병역시스템 첫 단계’라고 했다. 여성에게도 민방위-군사훈련 의무화-군 복무를 넓히는 3단계 구상을 짜고, 민방위를 첫발로 삼은 셈이다.

김 의원은 여성 민방위 훈련을 “평화를 지키는 필수 생존교육”으로 지칭하고, “그 자체만으로 전쟁억지력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무인기 위협과 간첩단 수사가 벌어지는 상황도 거론했다. 방재 훈련과 안보 정책을 혼동하고, 다분히 전시 국가동원체제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일제강점기 교련 교육은 남녀 학생에게 정신 훈육과 총기 사용법, 열병·간호 지식을 가르쳤다. 광복 후엔 1969년 북 무장공비 침투 사건 후 대학·고교에 교련이 도입됐다가 1980년대 말 없어졌다. 현재 남성 350만명이 편제된 민방위는 1975년에 만들어졌다. ‘핵 무장’과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외치는 냉전적인 여당 당권 주자가 민주화·평화 역사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여성 민방위는 실효성도 의심된다. 재난·안전 응급조치는 누구에게나 도움되지만, 국민 혈세로 의무화한 군사교육일 필요는 없다. 1인당 10분이면 배울 수 있는 심폐소생술·방독면 사용법과 소방·산재·교통 안전 교육은 학교에서 배우는 게 효과적이고, 기업·전문단체의 사이버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지금 남성들의 민방위 교육도 시간을 줄여 1~2년차는 연 4시간 집합교육, 3년차 이상은 연 1~2시간 사이버교육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보니, 여성 민방위·군사교육 발상은 찔러보기식 ‘젠더 공약’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철 지나고, 실효성 없고, 거야도 동의할 리 만무한 포퓰리즘 공약을 즉각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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