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 모순투성이라는데 방류한다니

일본 정부가 이르면 올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가운데 일본이 안전하다며 제공한 오염수 데이터에 문제가 많다고 과학자들이 지적했다. 오염수의 영향을 받을 태평양 국가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합당한 근거가 추가된 셈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3일 각료회의에서 올봄이나 여름 130만t에 달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검토했다. 도쿄전력은 “처리수 내 방사능 수치가 인간이나 해양 생물에 위험을 끼칠 정도로 높지 않다”고 밝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도 일본이 안전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17개국이 참여하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강하게 반발했다. PIF는 지난 18일 “모든 당사자들이 과학적 수단으로 안전하다고 검증하기 전까지는 오염수 방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PIF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오염수 표본을 분석한 독립적 핵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25일 인터뷰한 미국 미들베리대학의 저농도 방사능 측정 전문가 페렝 달노키베레스 박사도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도쿄전력이 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했다며 PIF에 제공한 오염수 표본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합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삼중수소 수치가 자연 상태의 바닷물보다 수천 배 높게 나타나는 등 정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도쿄전력이 당초 64개 방사성 핵종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지만 제공한 데이터에는 9종만 포함됐다고 했다. 고위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과 세슘-137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차이 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염수가 수십년간 방류될 경우 방사능이 해양 생물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계획을 보류하고 제기된 의심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수조 내 오염수 보관 등 대안이 있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도 재고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다. 한·일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결과라면 근시안적이다. 월성 3호기 삼중수소 유출 사고처럼 국내 원전업계에 돌아올 비난을 피하려는 심산이라도 문제가 된다. 정부는 일본을 향해 관련 정보 공개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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