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공수사 경찰 이관 뒤집기 힘 실은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부터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하는 데 대해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하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제기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치’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국정원이 과거 방첩 수사를 한다며 인권을 침해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의 의미를 거스르는 일로 매우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유지’ 건의를 받고 호응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여당은 최근 국정원이 수사 중인 간첩단 사건 등을 계기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첩단 사건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이 최근 수년간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한 의혹을 거론하며 해외 방첩망을 갖춘 국정원이 계속 수사권을 갖는 게 맞다는 논리다. 대통령과 여권이 ‘해외 수사’를 이유로 국정원 대공수사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국민의힘은 2020년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포함한 국정원법 개정에 반대했다.

윤 대통령은 “당장 국정원법을 개정할 수 없으니 경찰이 주로 수사하되, 검찰·국정원이 합동수사팀을 꾸려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을 할 수 없으니,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더라도 국정원이 계속 수사에 관여하도록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본래 취지를 흐리는 편법이다. 이미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방안에는 국정원이 국내외에서 대공·방첩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는 경찰이 맡도록 역할 분담이 돼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에 3년의 유예기간을 뒀고, 경찰은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 신설, 전문 수사 인력 확충, 장비 보강 등으로 이관 준비를 해왔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경찰이 처음부터 국정원만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우려한다면 국정원의 축적된 노하우를 과감하게 전수하도록 하는 등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이관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 게 옳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원 개혁 조치를 잇따라 후퇴시켰다. 국정원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고쳐 공직 인사에 관여하는 신원조사센터를 설치하고 국내정보수집을 위한 경제협력단을 만들었다. 더 이상 국정원 개혁의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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