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이 발표한 재난대비책, 얼마나 신뢰받을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태원 참사 90일 만에 나온 후속 대책이다. 이 장관이 단장을 맡은 범정부 태스크포스에서 수립한 재발방지책과 재난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향후 ‘인파사고’를 재난안전법의 사회재난으로 관리하고,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축제·행사는 주최자 유무에 상관없이 자치단체가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현장 인파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연내 구축한다는 계획도 있다. 159명의 희생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정비한 안전대책들이다. 사후약방문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대책은 재난 대비 시스템에 빠져 있거나 미흡했던 인파 대책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치 데이터로 현장 밀집도를 모니터링해 위험이 감지되면 소방과 경찰에 자동 통지하고, 112신고가 반복 접수되면 자동 표출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경찰과 행안부 등의 보고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더불어 2027년까지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24시간 재난상황실을 운영토록 하고, 지자체에 지역 경찰과 소방을 동원·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참사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이다. 이번 대책도 실무·세부적으로 빈틈없이 실행되어야 한다. 반대로, 이번 대책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예측·대응 시스템 구축에 치중하고 있는 건 문제일 수 있다. 이태원 참사는 다중운집 위험도를 예측하는 첨단 기술이나 현장 위험을 자동 감시하는 지능형 CCTV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재난 발생 때 국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에 지휘·대응 체제에 혼란이 생기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빚어진 참사다. 재발방지 대책은 참사 원인과 과정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서 출발해야 마땅하다. 그 위에 기술·장비 보강이 뒤따라야 한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윗선에 면죄부 주고 꼬리자르기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국회 국정조사도 진상 규명과 문책을 매듭짓지 못한 채 끝났다. 행안부는 수사한다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재난원인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참사에 겉보기 그럴듯한 기술 보완책을 앞세워 내놓은 후속대책은 허울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이상민 장관 책임을 이제라도 단호히 물어 제2·제3의 이태원 참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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