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수사, 민생 현안 ‘블랙홀’ 되지 않도록읽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12시간 반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정점에 당시 성남시장이자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 후 이 대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이 대표도 성실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오전 조사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기밀을 알려줬다는 혐의(부패방지법 위반)에 대해 신문하고, 오후에는 대장동 사업 관련 배임 혐의 등을 조사했다.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한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며 반박하고, 대장동 사업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결정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도 부인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2차 출석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 대표 측은 거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하는 주된 근거로 민간업자들 진술을 들고 있지만, 이들의 법정 진술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 관련자 진술을 넘어 물증을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대장동·위례신도시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쟁이 격화하면서 국정 주요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난방비 폭탄’ 등 민생위기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할 여야가 ‘방탄 대 야당탄압’ 논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려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우선 담보돼야 한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망신주기’식으로 수사를 질질 끌어선 안 된다. 여권은 이 대표를 범죄자로 단정짓는 언사를 사용하는 등 야당을 자극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도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소임을 다해야 옳다. 이 대표 수사가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선 곤란하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