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적받은 한국의 ‘구조적 성차별’

유엔의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종합 평가가 실시됐다. 약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평가에서 회원국 정부 대표들은 한국의 성차별 및 성폭력, 성별 임금격차,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질문도 많이 나왔다. 보편적 인권과 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표방하면서도 국내의 구조적 성차별 문제에 퇴행적 태도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에 대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를 진행했다. UPR은 유엔 회원국들이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인권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한다. 2008년 이후 4번째 평가이다. 한국이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탈락한 뒤 받은 첫 평가이기도 하다.

사형제와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적 성격, 저조한 난민 인정 비율 등 단골로 거론돼온 문제들 외에 이번에는 유난히 성차별·성폭력과 관련한 부분이 많이 지적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여성가족부가 폐지될 경우 성폭력 피해자 보호, 여성에 대한 동등한 기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따졌다. 한국의 높은 성별 임금격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미국·영국·스페인 등)도 다수 나왔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성폭력 문제도 비판받았다(이스라엘·이란·엘살바도르 등). 미국과 영국 등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집단 보호를 규정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92조6항 폐지를 권고했다. 이밖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기간이 36개월로 현역 복무자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파나마·코스타리카·폴란드 등)도 제기됐다.

이러한 지적들은 한국 정부 답변과 함께 오는 6월 채택될 최종보고서에 대부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회의 직후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보편적 인권 보호와 증진에 기여하려는 우리 정부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국제기준을 선도하는 국내 인권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편적 인권’을 지향한다면 북한·이란 등 외국 인권 문제뿐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인권 문제에도 같은 잣대로 성찰해야 옳다. 윤석열 정부가 ‘제 눈의 들보’를 못 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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