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흑산도 공항’ 위한 국립공원 해제, 철회돼야 한다

2019년 촬영한 흑산도 풍경. 신안군 제공

2019년 촬영한 흑산도 풍경. 신안군 제공

[사설] ‘흑산도 공항’ 위한 국립공원 해제, 철회돼야 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31일 흑산공항 부지를 위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공원구역 변경계획’을 심의하고 국립공원 해제를 확정했다.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 0.675㎢ 구역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한 대신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 5.5㎢ 구역을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했다. 이런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흑산공항은 실시설계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흑산도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공항을 만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남도와 신안군의 계획은 국비 1833억여원을 투입해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원에 길이 1200m·폭 30m 규모로 건설해 50인승 이하 항공기를 이착륙시킨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추진돼온 이 사업의 명분은 지역주민의 복지와 관광 활성화이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흑산도 이동시간이 7시간에서 1시간대로 단축된다고 한다. 주민들의 편익이 증진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항 건설에 따른 효과와 관광 수요 예측은 검증되지 않았다. 소규모 인원이 타고 내리는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관광객 수십만명이 증가한다는 예측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공항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한다. 그러나 활주로를 만들려면 산을 하나 부수어 천혜의 해안선과 바다를 메워야 한다. 게다가 공사는 공항 건설로 그치지 않는다. 볼거리를 만들려면 또 다른 부지와 접근도로, 막대한 숙박시설과 서비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현재 흑산도의 최대 자산인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에 위치한 흑산도의 생태적 가치가 높다. 그래서 공원위도 그동안 ‘철새 보호 대책 강구, 조류 항공기 충돌 가능성, 항공기 사고 가능성, 국립공원 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심의를 보류해왔다.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 흑산도의 특성도 항공기 운항에는 약점이다. 당국은 날씨가 나쁘면 소형항공기 운행을 멈추겠다고 하지만 완벽한 실시간 대응은 어렵다. 해수면과 접한 특성상 노면의 환경변화는 매우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승객의 안전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논리로 국립공원을 훼손한다면 남아날 곳이 없다. 경제성도 입증되지 않고, 국립공원 보존 취지를 정면 훼손하는 공항 건설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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