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의 ‘세대 갈라치기’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들어 부쩍 ‘청년층’을 호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고 말했다. 20일에도 “강성 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앞서 7일에는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 공무원 등과의 간담회에서 “산업현장에 노조 간부의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장사를 하는 불법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조의 회계투명성 문제와 관련해 “MZ세대가 공정과 투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본연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과 이른바 ‘기득권 노동조합’의 주축인 기성세대를 대비시켜 노조 압박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은 중·장년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고용과 임금을 과도하게 차지해 청년층의 취업난·빈곤 문제가 초래된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문제라는 노동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동자 내부의 격차가 아무리 크다 해도 노동자·사용자 간 격차보다 클 리 없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특정 세대가 아닌, 모든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50세 이상이 2013년 40%에서 2020년 50%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30대는 18%에서 14%로, 40대는 23%에서 18%로 각각 줄었다. 기성세대의 고용불안정성이 더 큰 셈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고용 문제를 노동자 내부의 세대 갈등 문제로 교묘하게 바꿔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년 표심을 잡겠다며 세대 갈라치기를 시도해왔다.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정’을 강조하면서 노조를 ‘악마화’했다. “청년은 똑똑한데 기성세대는 머리도 별로 안 좋다”는 발언까지 했다. 최근 노동자 내부 갈라치기 시도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하면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국정 지지율이 40%대로 반등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회복한 지지율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등 자신의 실책으로 까먹었다. 그러곤 지지율 회복을 위해 또 다른 갈라치기 시도에 나선 것이다. 세대 갈라치기는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윤 대통령은 벌써 취임 10개월째다. 통합의 리더십이야말로 힘이 세다는 걸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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