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자 입장 존중”,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윤 대통령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며 한·일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하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들은 “동냥 같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수령을 거부했다. 일본과 전범 기업들의 사죄와 배상 참여가 없는 해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위로·설득하는 설명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제3자 변제 방법을 선택한 것은 고육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설명과 설득 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오로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감수한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은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 합의보다 훨씬 더 굴욕적이라는 여론이 많다. 피해자들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손상한 것을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라도 되는 양 강변하다니 어이가 없다. 이번 해법은 ‘식민지배 불법성과 가해 기업의 배상’을 명시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위배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법치주의를 내건 대통령이 최고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

일본 측 반응을 봐도 이번 해법은 실패작이다. 정부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내놓은 해결책”이라며 수출규제 철회 등 일본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일본은 아무런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도리어 한국의 행동을 더 보고 나설 듯한 태도이다. 나아가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날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 문제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별개의 사안”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이 자국 정부를 향해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더욱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고 촉구할까.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강제동원 배상은 단순히 채권·채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과 정부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과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기관까지 이런 권고를 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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