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예의주시하며 국내 파장 최소화해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에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일면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주가가 4% 이상 폭락했다.

1982년 설립된 SVB는 자산 기준 미국 16위다. 미 벤처기업의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특히 서부 지역 신생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이번 파산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쓰러진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SVB 파산은 기업고객들이 자금을 일시에 빼가며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SVB는 코로나19 초기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 다량 매입한 장기 채권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폭락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상태였다.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SVB의 수신은 1515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른다. 은행에서 예금을 찾지 못한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고, 대량 실업도 우려된다.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금융권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국내 은행들은 SVB와 거래가 없어 직접적 피해가 없고, 과거에 비해 재정 상태도 건전하다. 다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기준 10만795주에 이르는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금 회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외환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금 같은 안전자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상단 기준)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다.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물경제도 최악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기에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이 폭등할 경우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미 연준에 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식의 낙관론을 펼칠 때가 아니다. 필요하면 한국은행은 비상 금융통화위원회라도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