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질환으로 무더기 병역 면탈, 공정 해치는 비리 근절해야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이 지난 3개월간 진행한 병역비리 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검찰은 가짜 뇌전증 진단서를 이용해 병역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브로커 구모·김모씨와 면탈자인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 배우 송덕호(본명 김정현),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씨 등 130명을 재판에 넘겼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기록을 조작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와 관련 공무원 등 7명도 기소했다.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병역비리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범죄다. 일벌백계를 넘어 발본색원해야 한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면서 반복적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환자 가운데 30~40%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허위 뇌전증 비리’ 브로커 구씨와 김씨는 이 점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00만~1억1000만원을 받고 의뢰인들에게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씨 등은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며 발급받은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는 수법을 썼다. 허위 진단서 발급 이후에도 1~2년간 진료기록이 남도록 하고, 최종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게 약물을 복용토록 하는 등 장기간 상담·관리했다. 검찰은 브로커와 면탈자 외에 가족·친구의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 20명도 재판에 넘겼다. 공범 가운데는 전직 대형 로펌 변호사와 한의사도 포함돼 있다.

과거 병역비리는 무릎수술·탈골 등 신체에 물리적 손상을 가해 면탈을 시도하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비리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신경계 질환을 면탈 수단으로 활용했다. 병역비리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병역판정 검사를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병무청은 뇌전증 신체등급 판정기준을 보완하는 등 병역판정 검사를 더 정밀하게 하고, 현역 복무에서 제외되는 4~6급 처분을 받은 연예인·운동선수 등 ‘병적 별도 관리대상’은 병역처분 후에도 진료·취업 등 개인 이력을 추적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도 병역의무를 저버린 이들과 병역 면탈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브로커들을 엄정히 수사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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