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일 앞두고도 여론과 동떨어진 대일 인식 보인 윤 대통령읽음

윤석열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가 실린  일본 요미우리신문 15일자 1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가 실린 일본 요미우리신문 15일자 1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뒤집어질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면 한국이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관계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방법을 검토했고 이번에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번 해법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의 모순 상태를 “조화롭게 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법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으로 치부하고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멋대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호도했다. 일본 전범기업들 대신 국내 기금으로 배상하는 정부의 해법에 일부 유족만 동의했다. 생존한 피해 당사자들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가 ‘관계된 국민’ 모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도 윤 대통령이 장담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재단이 일본 기업에 배상(구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정부 이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또 청구권협정만 지키고 대법원 판결은 희생해놓고 양자 간 모순을 ‘조화롭게’ 해결했다니 이건 또 무슨 궤변인가. 윤 대통령은 60% 국민이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고 반격 능력을 갖추는 것에 대해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평화헌법 폐기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높다. 게다가 일본의 군비증강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부을 중대사안이다. 이렇게 함부로 동의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16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제된 문구를 다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말인가. 만약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다면 윤 대통령은 두고두고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 할 말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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