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대 아파트 공시가격 하락, 현실화 기조 역행 안 된다

국토교통부가 22일 아파트 등 전국 공동주택 1486만가구의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지난해보다 평균 18.61% 낮춰 제도 도입(2005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이어져온 공시가격 상승세도 처음으로 꺾였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부과, 기초생활보장 적용 기준 등으로 활용되는 공시가격은 기본적으로 집값에 연동한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가 16.84% 하락했으므로 이를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또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 가액이 높아져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서민들이 다시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공시가격의 하락폭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이행한다며 올 공시가격을 집값 하락폭보다 더 많이 낮췄다. 그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지난해 71.5%에서 올해 69.0%로 낮아졌다. 실거래가 10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7억1500만원이라면 올해는 6억9000만원이라는 의미다. 시세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되는 공시가격은 과세 기반을 흔들 위험이 있다. 당장 종부세 대상 주택이 올해 23만1564호로 지난해(45만6360호)의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부유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공시가격 3억원대 아파트(시가 5억원대)는 보유세가 20만원가량 줄어드는 데 비해 공시가격 24억원대 아파트(시가 35억원대) 보유세는 388만원 감소한다.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울 뿐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공동주택의 경우 2030년까지, 표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로 맞추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이런 기조를 뒤집고 있다. 구멍 난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도 걱정된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사회 안전망 구축이나 저소득층 지원에 인색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세수 확충을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취지를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Today`s HOT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파리 올림픽 성화 채화 리허설 형사재판 출석한 트럼프
리투아니아에 만개한 벚꽃 폭우 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다시 북부로 가자 호주 흉기 난동 희생자 추모하는 꽃다발
폴란드 임신중지 합법화 반대 시위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세계 1위 셰플러 2년만에 정상 탈환 태양절, 김일성 탄생 112주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