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은 면한 반도체 중국 생산, 정부의 보호 노력 계속돼야

미국 상무부가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앞으로 10년간 중국 공장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내에서 확장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내 생산설비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도 허용된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소한이나마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준 것이다.

세부 규정을 보면 기업이 보조금을 받은 이후 10년간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요주의 국가(특별우려국·CPC)에서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확장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보조금 반환 요건에 해당하는 반도체 생산능력의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한정해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는 허용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 하나당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들어 넣는 것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최소한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며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 상무부가 규제를 완화한 것은 가드레일 규정이 과도하다는 각국의 비판이 비등하는 데다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이 폐쇄될 경우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공장을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미 상무부의 가드레일에는 여전히 불리한 조항이 남아 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초과이익을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하며, 또 과도한 기업 정보 요구를 감내해야 한다.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오는 10월까지 한시 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전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19%를 차지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미·중 경쟁구도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고 최상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번 규제 완화에 만족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반도체 정책이 동맹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을 상대로 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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