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검찰 수사권 축소법’ 효력 인정, 이제 정쟁보다 보완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3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3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개정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권한 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법 자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4~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은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을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와 공소 제기 검사를 분리하도록 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개정법 통과 이후 1년 가까이 계속돼 온 헌법적 논란은 일단락됐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측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침해확인·무효확인 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국회의장의 가결·선포 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선포한 행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당시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가결 조건을 만들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헌재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검사 6명이 낸 청구에 대해선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각하했는데, 당연한 결정이다. 한 장관과 검사들은 “헌법에서 부여한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권은 검찰에만 독점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며, 그 주체와 행사 방법을 국회가 입법으로 결정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 권한 다툼이 생길 때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한 장관이 심판을 청구하자, 행정부의 특정 부처가 입법부의 본질적 기능인 법률 개정을 문제 삼는 것이 타당한지 비판이 제기됐다. 헌재는 한 장관에게 아예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입법 과정의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법의 효력을 인정한 데 대해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최고 헌법해석기관인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책임있는 집권당으로서 헌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여야는 경찰의 불송치 통보에 대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부분 등 개정법의 문제점을 조속히 보완하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지난해 시행령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시도한 법무부도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은 재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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