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표 첫 저출생 회의, 새로움도 특단의 대책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올해 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이달 초 윤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주문한 데다 대통령 주재로는 7년 만에 열리는 첫 회의여서 ‘특단의 대책’이 기대됐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0.78명의 인구쇼크 속에서 나온 내용은 새롭거나 획기적인 것이 없었다.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대선공약인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고, 난임 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발표됐다. 이외 내용은 기존 정책을 찔끔찔끔 보완하는 데 그쳤다. 아이돌봄서비스를 5년 뒤 3배로 늘리고, 단축근무제 적용 자녀 연령 기준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기간을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부모급여와 자녀장려금은 올리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인 ‘육아휴직 3년제’, 즉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부모 각각 1년에서 1년6개월씩 총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정부들이 ‘특단의 대책’이라며 저출생 해법에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이유는 분명하다. 극심한 경쟁과 불안정한 미래에 지친 2030세대의 냉소를 바꿀 긴 호흡의 정책으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도 출산도 외면받는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향후 수년간 심화될 초저출생 위기는 복지·교육·일자리·주거의 정교한 고차원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문제는 정책끼리 따로 논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의 원인인데 정부는 청년세대 반발에도 ‘주 69시간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한데 정부 대책은 안 보인다. 이 와중에 여당에서는 저출생 대책이라며 애 셋 낳으면 병역을 면제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부자 편익 정책을 검토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민생과 괴리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산·육아하기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갖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현 정부도 저출생 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정책 틀을 파격적으로 흔들고, 정부 거버넌스를 저출생 대응 중심으로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 정책 효과의 시차를 감안하면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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