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킬러 문항’ 혼란에 특목고는 존치, 공교육 살리는 길 맞나

이주호 교육부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관련 당정협의회에 서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주호 교육부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관련 당정협의회에 서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와 여당이 19일 정책 협의를 통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하고,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발언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논란으로 번져 대학 입시에 혼란을 야기하자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내놓은 정책이다. 그러나 찬반이 크게 갈리는 자사고·특목고 정책을 사전 의견수렴도 없이 다시 꺼내든 건 부적절하고, 공교육 강화에도 역행할 우려가 있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에 비해 학교운영에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하는 학교다.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많은 자사고들은 주지하듯 대학 입시 교육에만 몰입하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번창할수록 고교 평준화의 틀은 흔들린다. 교육 경쟁도 조기에 과열돼 학생·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양적·질적으로 늘어난다. 여론도 자사고 축소·폐지에 기울어 있다. 2019년 6월 설문조사(CBS)에서 ‘자사고·특목고 축소’는 찬성 의견이 51%로 반대 37.4%보다 많았다.

당정은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답습해온 윤석열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일제고사 형식으로 확대하고, 서울시의회가 만든 조례처럼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학생·학급·학교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전국 단위 일제고사의 비교육적인 폐해가 재연될 수 있다.

당정은 이날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은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특히 입시에 대해서 수사를 여러 번 하면서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연구해 저도 정말 많이 배우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아부도 정도껏 해야 한다. 이런 논리라면 다양한 분야를 수사한 윤 대통령은 거의 모든 분야에 전문가인 셈이다. 당정은 향후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도를 확보하기로 하고, 이를 ‘공정 수능’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치러진 수능은 공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감사 압박을 받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사임했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하고 입시 혼선을 사과하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실무자들만 문책하고, 악재를 덮기 위해 설익은 교육정책을 또 남발해 백년대계를 뿌리째 흔드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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