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심스럽게 시동 건 미·중 해빙, 한국에도 안긴 과제 많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이틀간의 중국 방문을 마무리했다. 블링컨 장관은 친강 외교부장, 왕이 당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난 뒤 시진핑 주석을 예방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양국 관계 안정화 의지를 전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 안정이 인류의 미래의 운명에 직결된다며 호응했다고 한다. 미·중은 공히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미·중 경쟁이 충돌로 가지 않도록 외교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월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하며 악화된 양국 관계의 해빙에 조심스럽게 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

양측 발표를 보면, 블링컨 방문으로 상호 불신과 견해차가 해소되진 않은 걸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시 주석은 “양국 간의 공통 이익을 중시해야 하며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고 했다. 미국은 국익과 가치를 옹호하고, 동맹국들과 함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만 독립이나 무력 통일 모두 반대한다는 기존 정책은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국가안보와 관련한 특정 품목이 아닌 한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할 뜻이 없다는 점도 밝혔다. 양국이 충돌이 아니라 대화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원칙에 합의한 걸로 볼 수 있다.

미·중 간에 구조적 갈등 요인은 여전하다. 다만 두 나라가 최근 몇달처럼 소통 없이 갈등으로 치닫는 것은 서로 이롭지 않으니 자제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갈등 측면도 있지만 경쟁과 협력 측면도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먼 길을 돌아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 합의 정신으로 겨우 복귀한 셈이다.

시동을 건 미·중 대화가 윤석열 정부에 남긴 과제는 적지 않다. 윤 정부의 정책은 미·중관계가 최악이던 지난 2~5월 상당 부분 결정됐다. 한국은 미·일에 초밀착했고, 중국과는 험한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미·중 갈등이 길어질 거라고 가정한 행보에 가까웠다. 그런데 미·중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관계를 갖게 되면 한국의 선택은 국익 차원에서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같은 위상을 가진 나라 중에 미·중 사이에서 위험을 분산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미·중 경쟁이 충돌로 가는 데 베팅하는 것은 고립된 북한이라면 몰라도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갈 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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