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신료 분리징수 강행,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퇴행이다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던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토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윤석열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 속에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민주주의 후퇴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는 분리징수 이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납부 선택권 보장을 들었다. TV 수신료를 분리징수해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다. 체납하면 가산금을 내야 한다. 당장 7월 청구서부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별도 납부해야 하는데, 분리징수 체계가 완전히 갖춰지려면 2~3개월이 필요하다. 대단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분리징수 방식을 마련해 입주민에게 물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에게 분리징수는 번거롭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한전은 연간 수신료 분리징수 비용을 통합징수 때보다 4~5배 많은 최대 2269억원으로 전망했다. 징수 비용은 늘고 수신료는 적게 걷히니 KBS 경영 부담은 커지게 됐다. 그런데 정부는 공영방송 재정 대책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KBS는 신규 사업 중단과 기존 사업 재검토 등 비상경영에 나섰다. 재난·해외송출 등 공익 프로그램 축소, 콘텐츠 질적 저하 등이 예상된다.

1994년부터 29년간 유지된 수신료 통합징수 방식을 분리징수로 변경하는 과정은 졸속 그 자체였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 토론’이라는 홈페이지 요식 절차를 거쳐 지난달 5일 지시한 지 36일 만에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열흘로 단축시킨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된 89.2%의 분리징수 반대 의견, KBS·한전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검찰 기소만으로 강제 해임하고, 야당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거부한 건 KBS를 수신료로 옥죄고 길들이려는 정지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공영방송 KBS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KBS가 공공성·공익성 등 공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재허가 제도 등을 활용해 개선할 수도 있다. 방만 경영의 문제라면 수신료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될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친정부가 아니면 편향적이라는 이분법적 언론관을 보여왔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의 돈줄을 죄어 정권에 순치하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퇴행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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