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계획 그대로 오염수 방류 승인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빌뉴스|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빌뉴스|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IAEA(국제원자력기구)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며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사실상 그대로 승인해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IAEA 종합보고서 공개 후 국내에서는 침묵하다가 해외에서 일본 총리에게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자국 시민들이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국 대통령으로서 반대나 보류 요청은커녕 우려조차 전달하지 않은 것에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거나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그 사실을 알려달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허하거나 하나 마나 한 얘기에 불과하다. 유사시 방류 중단은 도쿄전력도 여러 차례 밝힌 얘기다.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 점검 때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게 해달라는 윤 대통령 요청엔 즉답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과 주변국 시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IAEA의 제한적 조사로 사고 원전에서 배출되는 위험한 핵종들이 제대로 정화될 수 있는지, 수십년간 방류될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발언은 올여름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하겠다는 기시다 정권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건강과 직결된 문제에서도 자국 시민들보다는 일본 정부의 대변자 역할에 머물렀다. 한국 정부는 이미 일본 오염수의 안전을 강변하는 일일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에서 오염수 방류를 승인함으로써 대통령실이 한때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데도 난관이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의 머릿속을 알 수는 없지만,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이 모든 게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국내 원전의 안전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상식을 가진 시민들은 사고 원전과 정상 가동 원전의 차이를 구분한다. 만약 국내 원전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그에 맞게 안전 조치를 취하면 되는 일이다. 불행하게도 시민들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인 안전 문제에서 국가를 믿지 못하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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