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중립’ 정관 없앤 자유총연맹, 총선 개입 획책하나

한국자유총연맹이 지난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4년여 만에 삭제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된 단체가 내년 총선에서 여권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자유총연맹은 총선 동원, 탄핵 반대 맞대응 집회 동원 의혹 등으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박근혜 청와대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승리를 위해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 총집결을 지시한 정무수석실 문건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 자유총연맹은 정관에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했는데, 지난 3월20일 정관에서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조항(4조2항)을 지워버렸다.

자유총연맹은 자유한국당 의원 출신 강석호 총재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정치색이 짙어지고 있다. 강 총재는 지난달 자문위원 위촉식에서 “자유총연맹은 이념단체”라며 “보수 정권에맞게 정체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지원을 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유총연맹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과 책임이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보수·진보 갈라치기로 ‘이념 전쟁’에 나선 윤 대통령이 자유총연맹을 우군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강 총재는 “자유총연맹은 국민운동단체로 선거운동을 못하므로 (정치 중립 조항이)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87조)에 자유총연맹의 선거운동 금지가 규정돼 있어 있으나 마나 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의 싹을 자르겠다고 만든 정관 조항을 삭제한 것은 흑역사 시절로 되돌아가려는 걸로 비칠 수 있다. 연맹 행사와 입장 표명 시 내부 정치중립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없애고 제약 없이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부·여당 지원 활동은 선거 개입 시비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자유총연맹은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42억원을 지원받았다. 윤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고 했는데, 정치단체를 자처한 자유총연맹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자유총연맹 정관 개정 등의 진상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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