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 70년, 평화에 대한 공통의 이해 필요하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 비석 동판에 새겨진 ‘철도중단: 1953.7.27’ 표시가 선명하다. 조태형 기자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 비석 동판에 새겨진 ‘철도중단: 1953.7.27’ 표시가 선명하다. 조태형 기자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났다. 남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을 앞두고 각자 방식으로 정전을 기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국 정상들과 노병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표하고, 미군 전략핵잠수함 방문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닫았던 국경을 열고 초청한 중국·러시아 고위 사절들과 ‘전승절’을 기념하며 북·중·러 연대를 과시했다. 동서 냉전 초기에 탄생한 한반도 정전 체제가 탈냉전 이후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더니 급기야 신냉전 구도의 상징적 지역이 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전협정이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정한 역할을 한 점에서 무용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체제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라고 할 수도 없다. 한반도 사람들은 양측 사이에 작은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전면전 비화 가능성을 걱정하며 살아왔다. 남북한 정권은 최근 ‘핵전쟁’ ‘정권 종말’ 같은 협박성 언사를 주고받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이 흐르며 한반도 평화는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북한은 고립과 가난이라는 비용을 치르면서 독자 핵무장을 한 몇 안 되는 전략국가 반열에 올랐고, 한국은 대미 군사·경제 의존 등 비용을 치르면서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됐다. 양측의 체제, 문화, 생활방식은 매우 이질화됐다. 그사이 생겨난 미·중 전략 경쟁은 한반도의 대치·갈등을 더 복잡하게 한다.

우선 인정할 것은 남북한이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관계라는 점이다. 비록 떨어져 산 지 오래되어 따로 살아가는 게 더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정전 체제 해소 없이 보통의 평화로운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가기는 어렵다. 아울러 단기간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쉽게 핵무기를 놓지 않으려는 데다, 남북한 내 냉전적 사고가 여전히 강고하고 주요 관련국인 미·중의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중이 갈등하지 않고 협력하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중과 관계 맺는 방식을 놓고도 첨예하게 갈라져 소모적 정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안보 면에서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미·중은 물론이고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 구축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 노선만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한반도는 며칠 안에 별다른 예고 없이 전쟁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는 긴장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 진정한 평화인지 공통의 이해를 모색하는 정치적 대화가 절실하다. 그것이, 전쟁이 없다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대화·교류·협상)으로 만들어가는 ‘적극적 평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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