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이 옥죄려는 집회·시위, 시민권 퇴행 없어야

대통령실이 26일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집회·시위 규제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도로 점거와 심야·새벽 집회 등에 대한 법령 개정을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실은 권고 근거로 3주간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국민참여토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향신문 데이터 분석에서 국민참여토론은 찬성·반대 숫자가 특정 시간대에 급증하는 현상이 다수 확인됐다. 중복 투표나 특정 집단의 투표 독려로 왜곡될 수밖에 없는 허점이 포착된 것이다. 국민 기본권과 맞물린 중대 사안을 이런 식의 불투명한 여론몰이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실은 총투표 수 18만여표 중 71%가 집회시위 규제 강화에 찬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5월 말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야간 집회·시위 제한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반대 38%, 찬성 37.7%로 팽팽했다. 대통령실 여론수렴 방식·결과 모두 신뢰성엔 물음표가 쳐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집회·시위 규제 강화를 지시하며 “행복추구권, 사생활 평온, 건강권 등 일반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공공질서”를 강조했다. 도로 점거와 집회·시위 시간, 소음 등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행정 조치는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지 못하게 한 헌법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2009년 대법원도 “집회나 시위는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집회·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본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처럼, 대통령실의 집회·시위 규제도 여소야대 국회가 반대할 집시법 개정보다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집회·시위 기본권은 법원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정부는 불투명한 여론조사와 시행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옥죄고 퇴행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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