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근 뺀 LH 아파트, 민관 이권·부실 구조 전모 밝혀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과 동일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이 사실은 LH가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아파트 단지 91곳을 전수조사하면서 드러났다.

들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 슬래브를 떠받치는 무량판 공법은 GS건설이 검단아파트 주차장 건설에 적용한 기술이다. 실내 층고를 줄이고 배관 통로를 설치하기에 좋아 경제적이고 실용적이지만 보강 철근을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설계 단계부터 철근을 반영하지 않거나 작업 현장에서 철근을 뺀 채 시공한 곳이 이렇게 무더기로 적발됐으니, 공기업인 LH 아파트조차 자재 빼돌리기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특히 5개 단지는 입주를 마쳤고 3곳은 입주가 진행 중이어서 주민들의 안전까지 심히 우려된다. 당국은 신속하게 이들 단지의 안전점검부터 실시해야 한다. 보완 공사와 손해 배상은 당연하고, 필요하면 아파트를 철거한 뒤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시공·설계·감리업체 상당수가 LH 퇴직자들과 관련 있다고 한다. 이들 업체의 비리와 부정을 LH가 방치한 것은 아닌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철근 누락은 비단 LH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31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철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공급량이 급감한 2021년에 설계·시공된 아파트는 더욱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게 불과 1년 전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지난 3년간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이 41만건이 넘는다. 최근 폭우로 서울 강남의 새 아파트 주차장에 물이 차고 강 제방이 무너져 오송 지하차도가 수몰된 것도 결국 부실공사 탓이다. 세계 최고의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후진국형 부실 공사가 다반사로 일어나니 어이가 없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 공무원·업체가 유착해 이권을 주고받는 카르텔 구조를 깨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모든 아파트 공사장과 신축 건물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부정·비리를 발견하는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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