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 민영화 군불 때는 여당, ‘이동관표 밑그림’인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28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28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31일 “세계 각국의 방송은 1공영·다민영 체제인데 우리는 다공영·1민영 체제”라며 “KBS도 2TV는 민영화해서 선진국 체제에 맞춰야 된다”고 했다. KBS 1TV와 EBS는 공영으로 유지하되,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사흘 전 내정 소감으로 “영국 BBC나 일본 NHK와 같은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후 여당이 공영방송 민영화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동관표’ 방송 장악 밑그림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이미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으로 KBS 돈줄죄기에 나섰다.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절차에 돌입했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검사·감독을 다음달 4일 실시한다. 여기에 민영화 불씨까지 지핀 것이다.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경영진 흔들기 아닌가. 공영방송은 국민과 시청자가 주인이지,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세계 최초 공영방송인 BBC는 방송 채널이 4개여서 KBS 2TV 민영화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볼 근거는 없다.

여당은 이 내정자에 대한 ‘묻지마식 엄호’에 들어갔다. 이 내정자는 2012년 아들의 하나고 재학 시절 학교폭력 문제로 김승유 재단 이사장과 전화통화한 걸 ‘사실 확인차’라고 했지만, 김 전 이사장은 “(아들이) 시험은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앞서 “학교 선도위원회 결정으로 학기 중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고 했지만 선도위는 열린 적 없다. 이 내정자가 뻔히 드러날 사실에 거짓말을 계속하는데도 국민의힘은 “문제없다” “무혐의 처분됐다”고 감싸고 있다. 여당은 이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YTN·MBC·KBS 낙하산 사장 임명과 언론인·프로그램 퇴출로 언론장악을 주도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더 했다”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현직 대통령 특보의 방통위원장 직행과 ‘언론장악 기술자’ 전력만으로도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하루속히 지명을 철회하는 게 국민 뜻에 부합한다.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겸허하게 임해야 한다. 이 내정자는 자료제출에 성실하게 응하고, 여당은 학폭 피해자 4명과 김 전 이사장 등에 대한 야당의 증인채택 요구를 전폭 수용해야 한다. 여권이 이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원천 차단시켜 인사청문회를 요식절차로 만들면 국민적 저항과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Today`s HOT
새로운 허리케인 밀턴에 대비하는 주민들 골프계의 챔피언, 대만의 케빈 유 파키스탄에 일어난 폭발 사건 우크라이나 군인 추모의 벽.. 나토 사무 총장이 방문하다.
인도의 간디 추모식 홍수로 침수된 말레이시아 샤알람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더운 날 제 34주년, 독일 통일의 날
칠레의 모아이석상,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다. 보트 전복사건.. 다수의 희생자 발생한 콩고민주공화국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평화 시위 레바논에서 대피하는 그리스 국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