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31일 “세계 각국의 방송은 1공영·다민영 체제인데 우리는 다공영·1민영 체제”라며 “KBS도 2TV는 민영화해서 선진국 체제에 맞춰야 된다”고 했다. KBS 1TV와 EBS는 공영으로 유지하되,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사흘 전 내정 소감으로 “영국 BBC나 일본 NHK와 같은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후 여당이 공영방송 민영화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동관표’ 방송 장악 밑그림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이미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으로 KBS 돈줄죄기에 나섰다.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절차에 돌입했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검사·감독을 다음달 4일 실시한다. 여기에 민영화 불씨까지 지핀 것이다.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경영진 흔들기 아닌가. 공영방송은 국민과 시청자가 주인이지,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세계 최초 공영방송인 BBC는 방송 채널이 4개여서 KBS 2TV 민영화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볼 근거는 없다.
여당은 이 내정자에 대한 ‘묻지마식 엄호’에 들어갔다. 이 내정자는 2012년 아들의 하나고 재학 시절 학교폭력 문제로 김승유 재단 이사장과 전화통화한 걸 ‘사실 확인차’라고 했지만, 김 전 이사장은 “(아들이) 시험은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앞서 “학교 선도위원회 결정으로 학기 중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고 했지만 선도위는 열린 적 없다. 이 내정자가 뻔히 드러날 사실에 거짓말을 계속하는데도 국민의힘은 “문제없다” “무혐의 처분됐다”고 감싸고 있다. 여당은 이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YTN·MBC·KBS 낙하산 사장 임명과 언론인·프로그램 퇴출로 언론장악을 주도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더 했다”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현직 대통령 특보의 방통위원장 직행과 ‘언론장악 기술자’ 전력만으로도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하루속히 지명을 철회하는 게 국민 뜻에 부합한다.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겸허하게 임해야 한다. 이 내정자는 자료제출에 성실하게 응하고, 여당은 학폭 피해자 4명과 김 전 이사장 등에 대한 야당의 증인채택 요구를 전폭 수용해야 한다. 여권이 이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원천 차단시켜 인사청문회를 요식절차로 만들면 국민적 저항과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