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채권 거래가 14일 전격 중단됐다. 만기 도래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것이다. 비구이위안의 빚은 현재 총 1조4300억위안(약 263조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7단계 낮췄고, 비구이위안 채권 값은 연초 대비 10분의 1토막이 났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비중이 25%에 이른다. 비구이위안이 중국에서 벌인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건으로, 2021년 무너진 헝다(恒大)의 4배 이상이라고 한다.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거래 업체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들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경기둔화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조짐도 뚜렷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후퇴하고 생산자물가지수는 10개월째 뒷걸음치고 있다. 198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초기 상황과 닮은꼴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수출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4.5% 급감하며 3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악재다. 정부와 기업이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이미 물 건너갔고, 오히려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때 26%에 달하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 1분기 19.5%까지 낮아졌지만 앞으로 더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내수·수출 동반 침체를 전제로 경제 계획과 전략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무역 시장과 수출 품목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금융시장에 파급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3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 지수는 0.79% 하락했다. 중국 기업의 신용도 하락에 한국 주식·외환시장이 유탄을 맞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