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빈발하는 이상동기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공식 폐지된 의무경찰(의경)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범죄 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치안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약 8000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위헌·인권침해 논란과 병력 자원 감소 등 문제가 많아 폐지했던 제도를 불과 4개월여 만에 되살리겠다는 것은 졸속 대책일 뿐 아니라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의경은 전환복무 병력임에도 임무와 역할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운용됐고, 기동대에 투입돼 집회·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다. 구타·가혹행위도 빈발했다. 논란 끝에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 감축 방안 발표 이후 지난 4월 폐지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테러,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24시간 상주 인원이 필요한데 14만 경찰 중 길거리에 나가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명 내외”라며 의경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문제는 개선하지 않은 채 병역을 위해 입대할 청년들을 치안 공백을 메꾸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3만명을 제외한 11만명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윤 청장은 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뒤 주변 집회·시위 등에 경찰 인력이 과다 투입되면서 민생치안 여력이 줄어든 탓도 있는 것 아닌가.
의경 제도 폐지는 인구 감소로 지난해 50만명 아래(약 48만명)까지 내려앉은 군 병력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의경을 부활시키게 되면 군 병력 유지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물론 일선 경찰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늘어난 업무로 수사 공백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건당 사건처리 시간이 2020년 평균 55일에서 2021년 64일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정공법은 내근직을 줄이고 외근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찰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신규 충원하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여유가 생긴 검찰 수사관을 경찰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검찰만큼 자체 수사관을 많이 거느린 나라도 없다. 그런데도 굳이 의경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경찰 충원에 드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꼼수’ 아닌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경찰이나 감당할 흉악범죄 대처를 몇주 훈련을 거친 의경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헐값에 청년들을 데려다가 치안공백을 메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의경제도 부활은 시대착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