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14일,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 끝에 근무 중 살해당한 ‘신당역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 신고에 가해자가 보복살인한 이 사건 후 우리 사회는 스토킹 범죄를 방지할 대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접근·연락해 피해자에게 공포와 고통을 주고, 강간·감금·살인 같은 중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 피해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 보호도, 가해자 제재도 실효성 있는 방책을 세우지 못한 탓이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첫 시행 이후 지난 7월까지 매일 평균 86건의 스토킹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검거 인원은 1만73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입건 이후다. 경찰 직권으로 피해자 주거지 100m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는 사실상 가해자의 자발적 협조에 기대고 있다. 위반율이 경찰 명령은 11%, 법원 명령은 8%에 달해 피해자 보호에 역부족이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피해자 자녀 피살사건, 지난 7월 인천에서 옛 연인에게 살해당한 사건은 모두 가해자들이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채 저질렀다. 피해자에게 긴급신고·위치전송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내년 1월부터는 가해자에게 판결 이전에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법이 고쳐졌지만 역시 근본대책은 못 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1심 판결을 분석했더니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10건 중 6건이고, 실형선고는 고작 10건 중 1건 꼴에 그쳤다고 한다. 지난 7월 법개정에 따라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삭제되고, 스토킹 범죄를 엄단하자는 목소리가 크지만 막상 법정 처벌은 미온적이었던 셈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풀려나면 보복당할 것을 우려한다. 오죽하면 최근 인천 사건의 유족이 피해자 신상까지 직접 공개하며 엄벌을 탄원했겠는가.
갈수록 포악해지는 스토킹 범죄를 막으려면 피해자 신변경호 조치를 강화하고, 가해자는 반복적인 스토킹 범죄 초기단계부터 엄벌해야 한다. 대법원은 스토킹 형량 기준을 국민 법감정 수준에 맞게 높여 범죄의 심각성을 사회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스토킹 행위는 구애가 아닌 상대방을 소유물로 여기는 비뚤어진 욕구에 불과하다는 교육도 강화해 범죄자가 생기는 걸 미연에 예방·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