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복지)에 쓰인 정부 지출 비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7일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2’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2022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1%보다 6.3%포인트 낮았다. 프랑스는 31.6%, 일본은 24.9%, 미국은 22.7%였다.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이 비율 증가세도 윤석열 정부 들어 꺾였다. 1990년 2.6%에서 2015년 10%를 넘어선 뒤 2021년 14.9%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전년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복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도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3명 중 2명은 ‘사회보장 혜택에 비해 세금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영유아·초등학생·장애인·노인 등 주요 복지정책 대상별 정부 지원 수준도 ‘부족하다’는 대답이 ‘많다’는 대답보다 2~3배 많았다. 복지 지출과 체감도 모두 낮다는 뜻이다.
사회보장은 국가가 국민에게 최저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특히 공공 주택과 의료, 공교육 지원 등은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을 줄여 빈부 격차를 줄이고 노동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 복지 지출이 소비와 생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내년 경제 운용도 ‘건전 재정’에 방점을 두고 정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22조원대였던 임대주택지원 예산은 17조원대로 줄이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고용장려금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고보조금 지급 사업 278개 중 176개(63.3%)를 손보기로 하면서 상당수 아동·청소년·장애인 사업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다. 지난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고,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0.7% 후퇴했다. 정부의 복지 지출 증가가 개인의 책임감과 노동 의욕을 약화시킬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로 청년과 서민들 삶이 벼랑에 내몰려 있고, 빈부 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금은 재정 긴축이 아니라 저소득층 피부에 와닿는 복지 사업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투자해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정부의 복지 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는 올려야 한다.